어지럽고 귀가 먹먹할 때 내 증상은 이석증일까 메니에르병일까?
│누울 때만 빙글 도는 어지럼증이라면 “이석증”을 의심
│가만히 있어도 어지럼증이 나타난다면 “메니에르병”을 의심해야
안녕하세요. 환자분들이 궁금해하는 정보를 알기 쉽게 전하는 김진아 원장입니다.
극심한 어지럼증에 귀까지 먹먹해지면 덜컥 겁부터 나기 마련입니다. 임상에서 만나 뵈면 이 증상이 귓속 돌이 빠진 '이석증'인지, 림프액이 팽창한 '메니에르병'인지 혼동하시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두 질환은 겉보기엔 비슷해도 발병 원인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대처법과 치료 방향도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오늘은 환자분들이 이 두 질환을 헷갈리지 않게 확실히 구별해 드리는 핵심 포인트 5가지를 준비했습니다.
Q1. 이석증 vs 메니에르병, 어지럼증 지속 시간의 차이는?
어지럼증이 한 번 발생했을 때 얼마나 오래가는지는 두 질환을 구분하는 가장 명확한 기준입니다.
이석증은 평형 감각을 담당하는 반고리관 안으로 귓돌(이석)이 굴러 들어가 전정 신경을 물리적으로 자극하는 질환입니다. 머리의 움직임에 의해 굴러가던 돌이 멈추면 자극도 즉시 사라지기 때문에, 보통 현훈(어지럼증) 발작이 1분 이내로 매우 짧게 끝나는 단기 발작성 특징을 보입니다 [1].
반면 메니에르병은 귀 내부의 닫힌 공간에서 내림프액이 과도하게 팽창하여 압력이 극도로 높아져 발생합니다. 2015년 바라니학회(Barany Society)의 진단 기준에 따르면, 메니에르병으로 인한 어지럼증은 최소 20분에서 길게는 12시간까지 지속되는 특징을 보입니다. 즉, 이석증에 비해 발작이 훨씬 길고 무겁게 이어집니다 [2].
Q2. 두 질환은 동반 증상도 다른가요?
네, 두 질환은 귀 내부에서 문제가 생기는 타격 부위가 다르기 때문에 동반 증상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납니다.
메니에르병은 청각 세포(와우)와 평형 세포(전정기관)가 좁은 공간에서 팽창한 압력에 의해 동시에 짓눌리는 질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지럼증을 전후로 저주파 및 중주파 대역의 감각신경성 난청이 나타나며, 귀에서 삐- 하는 이명이나 귀에 물이 찬 듯 꽉 막힌 이충만감이 반드시 함께 동반됩니다 [2, 3].
하지만 이석증은 소리를 듣는 청각 신경과는 무관합니다. 오직 신체의 균형을 잡는 전정계 내부에서만 이석이 굴러다니므로 청력 저하나 이명 같은 동반 증상 없이 순수하게 빙글빙글 도는 어지럼증과 오심, 구토 등의 자율신경 증상만 유발됩니다 [1].
Q3. 이석증과 메니에르병은 특정 자세를 취할 때 어지럼증이 더 심해지나요?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스위치가 몸의 외부적 움직임에 있는지, 내부의 자발적 압력 변화에 있는지에 따라 다릅니다.
이석증은 중력의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물리적 질환입니다. 침대에 눕거나, 누워서 몸을 좌우로 뒤척일 때, 혹은 허리를 굽히거나 머리를 뒤로 기울일 때처럼 특정 체위로 급격하게 바뀔 때 떨어져 나온 이석이 구르면서 어지럼증을 유발합니다. 머리를 고정하고 가만히 있으면 어지럼증도 잦아듭니다 [1].
반면 메니에르병은 외부적인 자세 변화와 크게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발작이 일어납니다. 고개를 가만히 고정하고 눈을 감고 있어도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어지럼증이 멈추지 않아 환자를 괴롭게 만듭니다.
Q4. 이석증과 메니에르병 중, 치료를 미뤘을 때 청력까지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은 무엇인가요?
메니에르병은 제때 다스리지 않고 방치할 경우 지워지지 않는 영구적 손상을 남길 수 있어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석증은 빠진 돌을 정확한 각도로 움직여 제자리로 돌려놓는 이석 정복술 등을 거치면 신경 자극이 즉각적으로 멈추며, 청력에 영구적인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는 드뭅니다 [1].
그러나 메니에르병은 팽창한 내림프액이 섬세한 신경 세포를 장시간 지속적으로 짓누르는 병입니다. 갇힌 압력을 제때 풀어주지 않으면, 초기에는 회복되던 난청이 점차 고음역대까지 나빠지는 진행성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굳어지고 만성 이명을 평생 안고 가야 할 위험성이 큽니다 [2].
Q5. 내 증상이 이석증인지 메니에르병인지 집에서 구별해 볼 수 있는 자가 진단법이 있나요?
의료기관을 방문하기 전, 집에서 무리하게 머리를 꺾거나 스스로 수기법을 시도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 대신 아래의 간단한 팩트체크 리스트를 통해 자신의 증상을 안전하게 체크해 볼 수 있습니다.
- 가만히 누워있을 때 어지럼증이 1분 이내로 가라앉는가? (이석증 가능성 높음)
- 고개를 좌우로 돌리거나 누울 때만 핑 도는 증상이 유발되는가? (이석증 가능성 높음)
- 어지럼증이 자세 변화와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20분 이상 길게 지속되는가? (메니에르병 가능성 높음)
- 어지러우면서 귀가 꽉 막힌 듯 먹먹하며 삐- 소리가 나고 소리가 잘 안 들리는가? (메니에르병 가능성 높음)
위 리스트를 확인하였을 때 청각 증상 없이 체위 변화에 따른 짧은 어지럼증 위주라면 이석증을, 20분 이상 이어지는 발작성 어지럼증과 귀의 먹먹함이 동반된다면 메니에르병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지금 겪고 있는 격렬한 어지럼증이 고개를 움직일 때만 발생하는 체위성의 문제인지, 멈추지 않는 내부 압력과 순환의 문제인지에 따라 필요한 정밀 검사와 관리 방향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어지럼증을 단순한 빈혈로 넘기지 마시고, 저하된 전정 신경의 기능을 회복하여 평형 감각을 정상화하거나[1] 귓속 내림프액의 비정상적인 압력을 조절하고 내이의 미세 순환을 촉진하는[3] 등,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맞춰 근본적인 원인을 다스리는 맞춤 치료로 깊이 있는 해결책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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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논문]
[1] 양성 발작성 자세변환성 현훈(Benign Paroximal Positional Vertigo, BPPV)으로 의심되는 현훈증 환자를 자음건비탕(滋陰健脾湯) 가미방(加味方)과 Dix-hallpike Maneuver로 치료한 치험 1례, 정용준·신선호, 대한한방내과학회지, 2000
[2] 메니에르병의 진단은 왜 어려운가? 진단기준의 이해, 김현지·김규성, 대한이비인후-두경부외과학회지, 2017
[3] 메니에르 환자 치험 2례, 이규진·남혜정·김윤범,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학회지, 2005